FLOW

군집과 감정의 구조

 

 

박수형의 작업 세계를 규정해 온 대표 연작 《Infinite Field》는 화면을 가득 메운 풀의 군집을 통해 감정의 축적과 확산을 구조화해왔다. 반복되는 풀의 형상은 개별적 존재라기보다 집합적 밀도를 형성하며, 자연의 리듬 속에서 정서가 어떻게 중첩되고 증폭되는지를 시각화했다. 그 화면은 풍경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장(場)이었고, 개체와 전체의 경계를 흐리는 감각적 구조였다.


《FLOW》는 이 군집의 개념을 인물의 집합으로 확장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핵심은 인물의 서사나 개별적 감정이 아니다. 인물들은 고정된 주체라기보다 변화하는 상태로 놓인다. 서로 겹치고 밀려나며 위치를 재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감정은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구조로 드러난다.

특히 《FLOW》에서 배경은 더는 독립된 공간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형상들은 화면을 밀도 높게 점유하며, 여백은 최소화된다. 이 과잉의 구성은 단순한 시각적 충돌이 아니라 하나의 조건이다. 중심은 분산되고, 위계는 해체된다. 관람자의 시선은 특정 지점에 고정되지 않고 화면 전체를 순환한다.

 

《Infinite Field》가 자연의 반복을 통해 감정의 축적을 보여주었다면, 《FLOW》는 그 축적이 사회적 접속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탐구한다. 감정은 개인의 내면에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다수의 존재가 맞닿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힘으로 전환된다. 화면은 재현의 공간을 넘어, 정동(Affect)이 생성되는 환경으로 작동한다.

박수형의 회화는 대상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조건을 구축한다. 의미는 개별 인물 내부에서 완성되지 않고, 인물들 사이의 밀도와 긴장 속에서 발생한다. 그의 군집은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이며, 감정이 조직되는 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FLOW》는 전작의 연장선이자 변곡점이다. 군집은 더 이상 자연의 흔들림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접속과 감정의 흐름을 탐색하는 형식으로 이동한다. 회화는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가 되고, 표현이 아니라 생성의 조건이 된다.

 

결국 이 전시는 하나의 사유를 제안한다.

감정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

그리고 회화는 그 관계의 조건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최양원

Curator

 



전시명:  박수형 개인전 《FLOW》
전시 일정: 2026.03.04 (수) – 03.21 (일)

관람시간 13:00–18:30 (수 - 토 운영)


기획 | 최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