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per Baby, Beyond Hope》


김학균의 작업 세계는 한마디로 슈퍼베이비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조형 장치가 아니라, 웃음과 불안, 희망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담아낸 시대적 은유다


[전시 서문] 


Ⅰ. 서문 ― 웃음과 불안 사이, 우리 모두의 얼굴


2000년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작가 김학균은 첫 개인전을 열며 ‘슈퍼베이비’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로부터 25년, 슈퍼베이비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공감의 언어로 성장했다.


불균형한 신체와 단순화된 얼굴, 우스꽝스럽지만 낯설지 않은 표정은 완벽한 영웅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관람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동시에 희망과 불안을 읽는다. 슈퍼베이비는 결국 우리 자신의 얼굴이며, 시대의 자화상이다.


Ⅱ. 조각 ― 슈퍼베이비의 조형 언어와 실존적 상징성


김학균의 조각 세계는 단순한 기교의 과시가 아니라, **“조각이라는 매체가 인간 존재의 조건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불완전성의 전략


초기 인펀트(Infant) 시리즈는 전통적 비례와 미학을 해체하며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드러냈다. 이후 등장한 슈퍼베이비는 데포르마시옹(Deformation)—짧은 사지, 돌출된 복부, 단순화된 얼굴—을 통해 고전적 균형을 의도적으로 파괴했다. 이는 희화가 아닌, 불완전성을 통한 본질 드러내기였다.


거울-오브제의 개입


레진, 스테인리스 스틸, 크롬 도금은 중량감보다 반사성을 강조한다. 반사 표면은 슈퍼베이비를 **거울-오브제(Mirror Object)**로 전환시키며, 관람자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슈퍼베이비는 작가의 자화상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의 초상으로 기능한다.


참여적 경험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지만, 곧 반사된 얼굴을 마주하며 실존적 성찰에 이른다. 이는 제프 쿤스의 소비적 유희나 미니멀리즘의 공간 실험과는 달리, **감정적 진정성(Emotional Authenticity)**을 전달한다.


동시대적 맥락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이나 요시토모 나라의 캐릭터가 일본 대중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했다면, 김학균의 슈퍼베이비는 보편적이고 실존적인 차원의 감정을 조형화한다. 슈퍼베이비는 마이너 영웅이 아닌, **동시대적 기념비(Contemporary Monument)**다.


Ⅲ. 회화 ― 색채와 내러티브로 구축된 회화적 우주 


조각에서 시작한 슈퍼베이비는 회화 속에서 새로운 신화를 얻는다.


색채의 철학


김학균의 팔레트는 전통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재맥락화한다.


붉은색: 생명과 열정


청색: 사유와 심연


황색: 풍요와 조화


흑·백: 생멸의 순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등장한 무지개는 치유와 희망의 기호가 되었고, 별과 행성은 공동체의 연대를 상징하는 우주적 파노라마로 확장되었다.


대중문화와의 병치


슈퍼베이비가 자유의 여신상과 병치될 때, 미국적 신화와 개인적 서사가 충돌한다. 루이비통 패턴은 소비문화의 욕망을, 디즈니 캐릭터는 동심과 환상을, 심슨의 이미지는 풍자와 사회적 비판을 드러낸다.


새로운 미학적 층위


이러한 회화는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적 평면성, 쿠사마의 반복 패턴, 무라카미의 슈퍼플랫과 비견된다. 그러나 김학균의 회화는 소비적 기호학을 넘어서, **감정적 공명(Affective Resonance)**과 **공감의 미학(Empathic Aesthetics)**을 구축한다.


Ⅳ. 디지털 아트 & 총론 ― 메타미디어와 공감의 미학


디지털 아트의 확장


2010년대 후반부터 김학균은 디지털 프린트와 NFT에 주목했다. 전통 판화의 한계를 넘어,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 오리지널리티(Digital Originality)**를 확보했다. 발광하는 픽셀과 다층적 레이어링은 **가상적 아우라(Virtual Aura)**를 창출하며, 관객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체험한다.


루이비통, 디즈니, 심슨, 마블, 피카츄와 같은 대중 아이콘과의 병치는 단순 패러디가 아니라, 사회적 욕망과 구조를 비트는 예술적 성찰의 장으로 확장된다. 이는 곧 **예술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Art)**라는 동시대적 화두와 연결된다.


총론 ― Super Baby Forever


김학균의 작업 세계는 한마디로 슈퍼베이비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조형 장치가 아니라, 웃음과 불안, 희망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담아낸 시대적 은유다.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무라카미 다카시가 대중문화 아이콘을 통해 사회를 비췄다면, 김학균은 슈퍼베이비를 통해 평범한 우리 모두의 얼굴을 비추었다.


슈퍼베이비는 더 이상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거울이자 감정의 기록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Super Baby, Beyond Hope〉


작가: 김학균 (Hank Kim)


기간: 2025. 10. 11(일) – 10. 19(일)


장소: 스텔라 갤러리 (서울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