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안 개인전 - Infinite Wave Part 2

자개가 품은 빛의 파동과 시간의 흔적을 따라, 작품 속 기억과 감각의 흐름을 마주해 보세요.


◎ 날짜:  2025.4.10 (목) ~ 4.30 (수)

◎ 시간: 13:00 ~ 18:30  (휴무일: 월요일) 

◎ 장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9길 17, 스텔라 갤러리(선정릉역 1번 출구)

◎ 문의 : 02-512-7277 

◎ 인스타그램 @stellargallery_official 


[전시 서문]


빛의 파동, 시간의 영겁 속에서 — 류지안의 ‘Infinite Wave Part 2’

 빛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법을 종종 잊는다. 창가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처럼, 빛은 일상의 틈새마다 존재하지만, 그 섬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건 쉽지 않다. 류지안의 작품은 이처럼 쉽게 지나쳐버리는 빛의 흐름을 붙잡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자개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각도와 조명에 따라 변주되는 빛은 시간의 흔적처럼 유영하며,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끝없이 달라진다.

 

 《Infinite Wave》라는 전시 제목은 이러한 자개의 속성을 완벽하게 함축한다. 빛의 파동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물리적 경계를 초월해 공간을 확장한다. 작가는 자개의 조각을 이어 붙이며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한다. 크기와 형태가 제각기 다른 조각들은 개별적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질서를 이루며, 공존과 연결의 의미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인간과 자연, 기억과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행위다.


 자개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재생과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작가는 이를 현대적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작품 속 자개는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국적 미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그러하듯, 그의 작품에서도 완벽함은 필수가 아니다. 오히려 불규칙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적인 균형을 이루는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은유한다. 달항아리의 곡선이 그러하듯, 작품 속 자개는 균형과 불균형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며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을 추구한다.


 동양에서는 빛을 물질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재의 본질과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는 매개로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자개의 빛은 동양적 사유 속의 여백과 유사하다. 그 빛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하게 하고, 사라짐과 남겨짐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생성된다. 작품 속에서 자개의 빛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의 상호작용을 환기시킨다.


 또한, 자개의 빛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미적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빛은 신화적 시간을 환기한다. 창세기의 이야기에서 빛은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첫 번째 존재였다. 류지안의 자개 역시 어둠을 뚫고 나와 공간을 밝힌다. 자개가 품은 빛의 흔적은 단순한 물질의 표면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Infinite Wave》는 그 자체로 하나의 흐름이다. 자개의 빛이 끊임없이 변하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동안, 관객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과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은, 우리가 잠시나마 멈춰 서서 빛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Curator. Choi Yang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