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Another Circle O 




이영애 : 존재들의 집합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유진상


페인팅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 시선과 물질과 신체가 그것이다. 눈은 대상과 화면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사건들의 뒤를 쫓는다. 눈은 이미 일어난 사건과 또 다른 일어날 사건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사건들을 비교하고 그것의 세부들을 살펴보며, 동시에 이것들 전체가 만들어내는 거시적 풍경을 설계한다. 한마디로 눈은 전진과 후퇴, 선회와 정지를 반복하면서 정교한 세부들과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시선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물질들의 파동이 일어난다. 측정할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물감의 이동, 중첩, 혼합, 안착 그리고 파괴를 통해 일일이 묘사하기 불가능한 사건들이 화면 위의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페인팅이 무한한 해상도를 지니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지가 아니라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신체가 개입한다. 신체를 이루는 것은 단지 근육과 골격만이 아니다. 그것은 경향성과 습관, 사유와 관찰의 결과들에 의해 조건화되어 있다. 붓을 쥔 어깨와 팔은 훈련과 힘, 의도와 결심에 의해 시선과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다. 페인팅은 아주 짧은 순간에 이 전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여 처리하는 작업이다. 


이영애의 페인팅은 여러 개의 반복적인 형태들로 이루어진다. 일종의 구(球) 혹은 원통처럼 생긴 여러 개의 단위(unit)혹은 모듈(module)들이 화면 위에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때로는 평붓을 이용해 매우 간결한, 심지어 단 두 번의 붓질로 이 단위들을 그려낸다. 때문에 이 형태의 표면 위에는 화면 위를 빠르게 스쳐지나간 필모(筆毛)의 섬세한 섬유질과도 같은 흔적들이 남게 된다. 이 흔적들은 이전에 칠해졌던 바탕의 물감들과 뒤섞이거나 혹은 선명한 결을 남기면서 각기 다른 패턴들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각각의 단위들은 때로는 마치 실타래나 그와 유사한 어떤 해양생물을 떠올리기도 한다. 타래(thread)의 형태를 띤 어떤 것. 가운데가 비어 있는 수없이 많은 섬유들이 휘감긴 타래로 자신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것. 이것을 작가는 자신이 상상하는 존재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타래는 정지된 몸이 아닌, 언제든지 풀려나가거나 더욱 감겨질 몸이다. 그것의 내부가 비어있는 것은 언젠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타래 위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것이 존재의 모습이라면 이영애의 그림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수많은 존재들의 모습을 위에서 비스듬이 바라본 풍경이 된다. 


이영애의 회화는 빠른 붓질과 그것을 추적하고 통제하는 훈련된 시선, 그리고 존재들을 그려내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신체로 이루어진다. 이영애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강희안을 언급한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에는 심산의 적요(寂寥) 속에서 수면을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가 바라보는 수면은 과연 고요할 것인가? 나는 그가 무한한 운동 속에서 헤아릴 수 없는 파동을 그려내는 물의 음영을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다. 이영애의 회화 속에서도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존재들의 집합, 그것들의 음영임을 예감한다.




이영애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의식 또는 무의식의 흐름 속에서 원과 원이 반복되는 기호화된 이미지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림 속 원들은 사람들이 서로 닿고 쌓이는 과정을 통해 인정하고 극복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의 상징적 표현이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일반적 진리 사이의 균형과 더불어 우주적 원리와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함으로 우리 내면과 세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사한다. 


rtist Lee Young-ae's creative process involves drawing symbolically encoded images of circles repeating within the flow of consciousness or the subconscious. The circles in her paintings represent a symbolic expression of the process where individuals acknowledge, overcome, and seek inner peace through interactions and accumulations with others.

Through her artwork, the artist explores the balance between personal experiences and universal truths, along with the organic connection between cosmic principles and human existence, offering philosophical contemplations on our inner selves and the world around us.






23.07.28-08-20

강남구 봉은사로 47길 19-3 

스텔라갤러리 2층

화-일 11AM-7:00PM

월, 공휴일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