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틈, 사이의 풍경 》 - Cracks, The Landscape In Between
◎ 참여 작가: 김민우 × 박수형
◎ 날짜: 2025.05.31 (토) – 2025.06.22 (일)
◎ 시간: 13:00 ~ 18:30 (휴무일: 월요일)
◎ 장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9길 17, 스텔라 갤러리(선정릉역 1번 출구)
◎ 문의 : 02-512-7277
◎ 인스타그램 @stellargallery_official
[전시 서문]
우리는 흔히 풍경을 소유하려 한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창문 밖으로, 혹은 미술관의 액자 속에서 그것을 포획하고 해석하려 든다. 마치 풍경이 우리와 분리된 채 저 밖에 존재하는 무언가인 것처럼. 하지만 진정한 풍경은 그 '사이'에서만 드러난다. 보는 자와 보이는 것 사이, 기억과 현재 사이, 몸과 세계 사이의 미묘한 틈새에서.
《틈, 사이의 풍경》에서 김민우와 박수형, 두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눈 앞에 펼쳐진 시각적 광경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기억, 몸의 감각이 함께 얽혀 형성된 '살아있는 관계의 현장'이다. 감각과 시간, 존재와 공간이 포개진 그 복합적 풍경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부를 관망하는 '시선'이 아니라, 그 안에 머무는 '존재'로서 회화를 경험하게 된다.
김민우의 회화는 도시의 붕괴와 재생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미묘한 체감의 층위를 포착한다. 그에게 도시는 관념이 아닌 신체로 살아내는 환경이다. 그는 유휴지 혹은 재개발 지역을 하나의 '오픈 월드'처럼 탐색하며, 콘크리트의 질감, 무너진 구조물의 흔적, 원색 선의 떨림과 같은 물질적 요소들을 화면에 중첩시킨다. 그의 회화는 완결된 이미지가 아니라, 몸과 도시가 맞닿으며 남긴 '살의 흔적'이자 존재와 환경 사이의 감응 기록이다.
박수형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풀잎과 잡초를 통해 삶의 리듬을 되새긴다. 그에게 들풀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그는 "풀의 짧은 주기를 통해 만겁의 세월 속 찰나 같은 우리의 삶을 반추하며, 소소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의 회화는 익명의 존재들이 감내하는 반복과 생존의 리듬을 은유한다. 잘 정돈된 잔디와 자유롭게 번식하는 잡초는 사회화된 규범과 자율적 주체성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박수형은 이 대비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비춘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만, 삶을 둘러싼 환경과의 원초적 관계 맺기라는 공통된 화두에서 만난다. 메를로-퐁티가 말한 '살(la chair)'의 개념이 이 전시의 미학을 관통한다. 주체와 객체, 시선과 형상, 몸과 세계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경험적 지형을 이룰 때—회화는 더 이상 재현의 수단이 아닌 감응의 장이 된다. 관람자는 그 지형 안에 초대되어 '보는 자'에서 '존재하는 자'로 전환된다.
또한, 이 전시는 동양철학의 '관(觀)' 개념을 내면화한다. '관(觀)'은 대상화를 넘어, 세계와 함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풍경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드는 감각의 상호작용으로 성립된다. 김민우의 도시적 감수성과 박수형의 자연적 직관은 이 유기적 감각의 접촉면에서 서로를 비추며, 동시대의 복합적 정체성과 감수성을 드러낸다.
《틈, 사이의 풍경》이 말하는 '틈'은 결핍이나 단절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존재와 감각이 마주하며 새로운 의미가 태어나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완전히 닫히지도, 완전히 열리지도 않은 그 중간지대에서 작품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세계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안에 '살고' 있는가?
이 전시는 관람객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초대한다. 작품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풍경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자신이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작가들이 경험한 감각의 여정을 함께 걷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틈, 사이의 풍경》이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세계를 정복하려 하기보다, 그와 함께 호흡하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관계의 미학. 그 미묘한 틈새에서 피어나는 풍경의 감응 속에서,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그리고 그 물음 자체가 이미 답이 되어, 우리 안에서 새로운 풍경으로 태어날 것이다.
Curator. Yangwon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