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바다에서 자개를 보다

전시기간 : 2026.06.18 – 2026.09.09

참여작가 : 류지안, 정정엽

전시장소 : 스텔라갤러리



《바다에서 자개를 보다》는 스텔라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류지안, 정정엽 작가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기획 소장전이다.

정정엽은 콩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생명의 생성과 자연의 순환을 탐구하며, 화면 위에 섬과 바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풍경을 펼쳐낸다. 류지안은 자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빛과 시간, 파동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생명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정정엽의 회화와 바다가 남긴 빛의 흔적을 보여주는 류지안의 작품을 통해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과 풍경을 조명한다. 여름의 계절감 속에서 바다와 빛, 생명과 기억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서문]


바다에서 자개를 보다

우리는 때때로 바다를 보러 간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바다는 우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대신 품어주는 몇 안 되는 풍경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생각들이 잠시 제자리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바다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떠올리게 되는가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두 가지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정정엽의 작품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콩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평범한 존재다. 그러나 그의 화면 속에서 씨앗은 더 이상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형상들은 서로를 만나고 반복되며 들판이 되고, 섬이 되고, 때로는 바다가 되고 우주가 된다. 작가는 생명이 스스로를 확장해 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거대한 것에 감탄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한 알의 씨앗, 한 방울의 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정정엽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루는 가장 근원적인 질서와 마주하게 된다.


류지안의 작품은 또 다른 시간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자개는 바다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자연의 기록이다. 조개는 자신의 몸 안에 수많은 시간을 쌓아 올리고, 그 시간은 자개라는 빛의 표면으로 남는다. 류지안은 이 오래된 물성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하며 파도와 달빛, 물결과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을 화면 위에 펼쳐낸다.

흥미로운 것은 자개가 결코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빛의 방향에 따라 작품은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기억이 그러하듯, 시간 역시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해석되는 경험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정엽의 씨앗이 생명의 시작을 이야기한다면, 류지안의 자개는 시간이 남긴 빛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은 생성의 순간을 바라보고, 다른 한 사람은 축적의 시간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재료와 언어로 작업해 온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이라는 하나의 풍경 안에서 만난다.

어쩌면 우리는 바다를 보며 단순히 물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의 시작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함께 존재한다. 씨앗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자개가 되며, 자개가 다시 빛이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품고 있는 느린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바다에서 자개를 보다》는 자연을 바라보는 전시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전시다. 올여름 스텔라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잠시 걸음을 늦추고, 생명과 빛, 그리고 기억이 만들어내는 풍경 앞에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 글 최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