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깨어난 숨은 빛이 되고, 그 빛은 다시 우리를 연결한다.
존재의 틈, 그 응시와 숨결의 자리
The Fissure of Being – Where Breath Meets the Gaze
박은선의 조각 앞에 설 때,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바라본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응시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완전함을 동경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허상인지 알고 있다. 삶은 언제나 금이 가 있고, 기억은 틈새로 새어나간다. 박은선은 이 결핍의 세계를 정직하게 응시하며, 우리를 그 경험 속으로 이끈다.
균열은 파괴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숨결이 터져 나오는 통로이자, 욕망의 잉여가 흔들리는 장소다. 라캉이 말한 오브제 a—욕망의 원인으로서의 대상—는 바로 그 틈의 가장자리에서 미세하게 떨린다. 주체는 그 진동 속에서 타자와 마주하고, 자신 안의 결핍과 화해한다.
작가는 돌의 완전함을 부수며, 상처의 아름다움을 세운다. 깨어진 파편을 이어 붙이는 행위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존재를 다시 구성하는 의식이다. ‘디퓨지오네(Diffusione)’—확산. 그 이름처럼, 박은선의 조각은 빛과 숨결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의 본능을 되살린다.
대리석 구슬 하나하나는 사람이다. 파편과 경계선을 지닌 채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 표면을 타고 흐르는 빛은 우리 각자의 상처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회복의 온도를 확산시킨다. 작가는 돌의 속을 비우고, 그 안에 빛을 머물게 한다. 색은 조각가에게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물질이지만, 그는 빛으로 그것을 조각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의 돌과 함께 숨 쉬어온 박은선은 두 세계의 경계를 하나의 리듬으로 조율한다. 서양의 대리석 위에 새겨진 동양의 곡선, 그 긴장은 마침내 조화로 녹아든다. 두 개의 대리석을 겹치는 구조는 존재의 이중성을 품는다—갈라짐과 봉합, 무너짐과 생성의 순환. 단단한 돌은 그 안에서 떨리고, 다시 호
흡한다.
박은선은 돌을 깎지 않는다. 오히려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디퓨지오네’의 조각들은 빛을 위해 비워지고, 그 가벼움으로 시대와 공간을 넘는다. 유적의 시간 속에서도, 도시의 빌딩 숲속에서도, 그의 조각은 여전히 숨을 쉰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나는 누구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는가.”
“이 틈은 나의 것인가, 아니면 너의 흔적인가.”
“우리는 어떤 균열을 품고 살아가는가.”
이 전시는 묵직한 침묵 속에서, 우리 자신의 틈을 들여다보게 한다. 돌의 숨결이 확산되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존재의 숨을 고른다.
Curator. 최양원